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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함께 크는 중

“그 말이 듣기 싫었어, 엄마는 왜 몰라?”

by 수학마법사 2025. 6. 24.

아이와 말다툼이 끝난 저녁, 씻고 누워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맨날 잔소리야"라고 말하며 방 문을 쾅 닫아버린 아이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죠. 괜히 서운하고 억울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너도 엄마 마음 좀 알아줘!"라고 외쳤지만, 그 말마저 아이에겐 상처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도 아이도 서로 마음이 다치기 쉬운 요즘, 우리는 왜 이렇게 자주 오해하고 다투게 되는 걸까요?





아이들은 아직 자기 감정을 말로 잘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속상한 마음이 들면 "엄마는 맨날 나만 혼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하죠. 그 말이 꼭 진심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부모는 상처받고 방어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반복되는 상황일수록 "또 시작이네"라는 생각에 공감보다 훈계부터 앞서기 쉽습니다.





며칠 전 있었던 일이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숙제를 미루다 늦게 자려고 하자, "또 미뤘지? 왜 맨날 이래?" 하고 다그쳤습니다. 그 말에 아이는 벌컥 화를 내며 "엄마는 나를 이해 안 해!" 하고 소리쳤습니다. 그 순간 마음 한켠에서 '또 실패했구나' 싶은 좌절감이 밀려왔죠. 하지만 그날 밤, 조용히 아이 옆에 누워 "엄마가 너무 화만 냈지, 너 마음은 안 물어봤네"라고 말하자 딸아이는 조용히 "나도 나 자신한테 화났어"라고 했습니다.





그제야 알게 됐습니다. 아이의 감정 폭발 뒤에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마음이 숨어 있었단 걸요. "엄마가 너 혼낼 때, 너도 너 자신한테 화났었구나?" 이렇게 물었을 때 아이는 처음으로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다그치기 전에 이렇게 말해보기로 했습니다. “지금 무슨 마음인지, 엄마가 잘 모르겠어. 말해줄 수 있을까?”





물론 공감이 항상 기적처럼 갈등을 풀어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내 감정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그 갈등은 더 이상 싸움이 아니라 대화가 될 수 있더라고요. 아이의 말이 상처처럼 느껴질 때일수록 "그 말 뒤에 어떤 마음이 있었을까?" 하고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연습, 부모인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부모의 감정이 상처받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감정이 아이에게 그대로 흘러갈 때, 우리는 또 하나의 상처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을 돌보고,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결국 아이와의 소통에도 연결된다는 걸 요즘 더 많이 느낍니다. 화가 날 때 깊게 숨을 쉬고, 한 걸음 물러서서 ‘아이의 마음’을 바라보는 시도, 그게 진짜 훈육의 시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춘기 문턱의 아이와 마주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 아이 역시 자기 마음을 어디에 기대야 할지 모르는 중이겠죠. “엄마는 네 편이야.” 이 말보다 먼저, “지금 마음이 어때?”라고 물어봐주는 것. 그게 어쩌면 우리가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