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말이 너무 거칠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엄마 때문에 다 망했어!”
“아빠가 싫어, 다 싫어!”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화도 나고, 서운함에 말이 막히죠.
하지만 그 말이 진짜 아이의 마음일까요?
그 순간 우리는, ‘왜 저런 말을 했을까’보다는
‘어떻게 하면 멈추게 할까’에 더 마음을 쏟곤 합니다.
그런데요, 아이의 거친 말 이면엔
그보다 더 깊은 감정이 숨어 있다는 걸
저는 상담실에서 비로소 배우게 됐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 아이는
평소엔 순한 편이지만, 감정이 폭발하면
거침없이 소리를 지르고 문을 쾅 닫아버립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게임 시간을 줄였더니, 아이가 갑자기
“엄마는 맨날 나만 못하게 해!”
하고는 방으로 들어가버렸죠.
그 말에 욱해서 따라가며
“말버릇이 그게 뭐야?” 하고 쏘아붙였고,
결국 서로 얼굴도 안 보고 하루를 보냈습니다.
다음 날, 학교 가기 전 아이가 말했어요.
“엄마, 어제는 내가 화나서 그랬어. 진짜 그런 뜻은 아니었어.”
그제야 저도 알았죠. 그 말은, 아이가 아니라 감정이 한 말이었다는 걸요.

그 뒤로는 아이가 거칠게 말할 때
곧바로 말투를 고치게 하기보다
“화났구나. 뭔가 많이 속상했겠다.”라고 먼저 말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아이가
자기 마음을 조금씩 말로 풀기 시작했어요.
“그냥... 너무 하고 싶은 걸 갑자기 못하게 해서 속상했어.”
이렇게요.
아이의 감정이 터질 때마다
그 말만 듣고 반응하기보단
그 안에 숨어 있는 진짜 감정을 찾아주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공감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물론 매번 그렇게 여유 있게 대처하진 못합니다.
여전히 저도 서운하고, 욱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가 화를 낼 때
“그건 네가 나빠서가 아니라, 감정이 한 말이었구나”
하고 생각하면, 한 발 늦게라도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
부모도 아이처럼 감정에 휘둘릴 수 있고,
아이도 부모처럼 후회할 줄 아는 존재입니다.
서로의 감정을 알아봐주는 그 순간,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게 되는 것 같아요.
오늘도 우리는 그렇게, 함께 자라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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