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퇴근하고 들어온 집에서,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갑자기 문을 쾅 닫으며 소리를 질렀다.
"내 말 좀 들어보라고! 왜 맨날 엄마는 내 편이 아니야!"
나는 말문이 막혔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일상이었는데, 아이는 어느새 감정의 폭풍 속에 휘말려 있었다.
그 순간,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보다 먼저 ‘또 시작이네’라는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하고 싶었다. 싸우고 후회하는 반복을 멈추고 싶었다.
아이의 감정폭발은 사실 하루아침에 쌓인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친구와의 갈등, 숙제에 대한 부담, 엄마 아빠의 무심한 말투…
그 모든 것이 아이 안에 쌓여 있다가, 결국 가장 안전한 사람 앞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게 있다.
바로, 아이의 언성이 높아졌다고 해서 우리가 더 크게 소리쳐야 할 이유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날, 나는 아이의 방 문 앞에 서서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문을 조용히 열고 말했다.
"지금 많이 속상한 거구나. 엄마도 너 마음 알고 싶어."
처음엔 아이가 나를 외면했다.
하지만 나는 자리를 지키며 기다렸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아이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오늘 체육 시간에 친구들이 내 실수 가지고 계속 놀렸어… 근데 왜 엄마는 내 편 안 들어줘?"
그 순간, 나는 아이가 원했던 건 해결책이 아니라 *이해*였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종종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부모의 역할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정작 아이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있다는 표현을 놓친다.
"그건 네가 잘못했지" "그럴 수도 있잖아" 같은 말은
아이에게는 ‘나는 안 들어주는 사람이야’라는 상처로 남는다.
공감은 기술이 아니다. 마음이다.
그날 나는 아이를 안으며 말했다.
"엄마도 가끔 너무 속상해서 소리 지르고 싶었던 날이 있었어. 네가 그렇게 느꼈다니 엄마가 미안해."

다음 날 아침, 아이는 내게 조심스레 말했다.
"엄마, 어제 고마웠어. 나 오늘은 학교 잘 다녀올게."
작은 변화지만, 우리 사이에 뭔가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감정의 폭발은 위협이 아니다.
그건 ‘도와달라’는 아이의 신호다.
그 신호를 무서워하지 않고, 조용히 귀 기울일 때
아이와의 진짜 연결이 시작된다.

지금도 아이는 가끔 소리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한 번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언어로 말을 걸어보려 한다.
"그래, 네가 얼마나 답답했을지 알 것 같아."
그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 문을 조금씩 열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서툴지만, 함께 자라는 중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인 나’부터 마음을 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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