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소리 지르며 방문을 ‘쾅’ 닫는 모습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말이 안 통해!”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저도 모르게 큰소리로 대응했죠.
하지만 나중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그날 아이는 단지 자기 마음을 누가 좀 알아줬으면 했던 거라고요.
요즘 들어 우리 아이가 자주 화를 내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부립니다.
“왜 이렇게 예민하지?” “사춘기가 벌써 왔나?”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이는 지금 자기 감정을 말로 표현할 줄 몰라서
몸으로, 표정으로, 행동으로 울고 있었던 거라고요.

아이가 갑자기 화를 내며 소리칠 때, 저는 ‘지금은 안 돼’라는 말로 먼저 막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일수록 아이의 말은 끊지 말고 끝까지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상담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배웠습니다. 아이가 “몰라! 나 그냥 다 싫어!”라고 말할 때,
그 속엔 “나 지금 너무 힘들어”라는 감정이 숨어 있었던 거죠.
그날 이후, 저는 ‘지금 이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를 먼저 생각하려 애썼습니다.
한 번은 숙제 문제로 다투다, “그냥 좀 쉬고 싶어서 그랬구나”라고 말했더니
아이 얼굴이 살짝 풀리며 “응, 나 요즘 너무 피곤해…”라고 말하더군요.
이 짧은 대화 하나가, 아이와 저 사이에 무너졌던 다리를 다시 연결해줬습니다.

아이의 감정폭발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미숙한 감정 표현의 일종일 수 있습니다.
어른의 기준으로 ‘말이 안 된다’는 생각보다, 아이의 말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를
천천히 짚어보는 태도가 더 중요하더라고요. 때로는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옆에 조용히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큰 위안을 받습니다.
물론, 모든 순간을 이해하고 감싸주기란 어렵습니다.
저 역시 아이에게 “왜 자꾸 화만 내니!”라고 버럭한 적이 많고,
그럴 때마다 ‘내가 또 감정을 조절 못했구나’ 반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실수를 줄여나가려고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사춘기 문턱의 아이는 흔들리는 감정 속에 혼자 서 있는 느낌일지 모릅니다.
그 아이 앞에서 너무 강한 어른이 되려 하지 말고,
가끔은 “나도 네 마음 잘 모르겠지만, 네 곁에 있고 싶어”라고
따뜻하게 말해보면 어떨까요.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을지도 모릅니다.
아이의 ‘소리’에 대응하지 않고, 그 속의 ‘마음’을 들으려는 시도.
그것이 우리가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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